5명중 1명 ‘취업 메뚜기족’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최모 씨(27)는 몇 달 전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 3주 만에 퇴사했다. 주5일 근무와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에 가입시켜 준다는 설명을 듣고 희망연봉을 낮춰 취업했지만 실제 근무조건은 회사의 주장과는 크게 달랐다. 최 씨는 “주말은 물론이고 공휴일에도 출근해야 했고, 휴일근무수당도 없었다”며 “3개월 수습직원 조건을 꺼내면서 4대보험에도 가입시켜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으로 중소기업에 둥지를 튼 취업자 5명 중 1명 이상이 취업 1개월 안에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취업 장려금을 임금으로 유용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원자는 아예 뽑지도 않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고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를 내놨다.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취업장려수당 지원, 장기 실업자 취업 시 세제 지원, 이공계 석·박사 취업 급여 지원, 전문인턴제 등이 고용회복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취업지원 사이트인 워크넷을 통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취업자들에게 취업장려수당으로 최대 18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제도를 통해 청년실업률이 8%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이 인력난을 겪는 ‘고용 미스매치’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었다.
5월 말 현재 취업장려수당 지급 사업으로 지난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4만2279명으로, 정부는 모두 129억 원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당초 정부가 예상한 취업자 4만 명을 넘어선 수치다. 하지만 취업자 가운데 9227명(22%)은 한 달도 안 돼 직장을 그만뒀다.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만 근무하고 퇴직한 533명을 포함해 1만여 명이 6개월 내에 퇴사한 ‘취업 메뚜기족’인 셈이다.
취업장려수당 지원 사업은 중소기업 장기 근무를 장려하기 위해 입사 후 1개월을 채우면 30만 원, 6개월 50만 원, 1년이 되면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지만 적지 않은 취업자들이 정부의 장려수당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서 반년도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일찍 직장을 그만둔 취업자가 많은 것은 대기업보다 적은 급여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올해 채용한 직원 2명이 모두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며 “연봉을 올려줘도 대기업과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장려수당 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지원자들의 주장은 달랐다. 이들은 워크넷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근로여건과 실제 근로여건 간에 큰 차이가 있는 중소기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중소기업은 정부가 취업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취업장려수당을 월급으로 유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퇴사한 한모 씨(25·여)는 “면접에서는 연봉 1800만 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입사해 보니 취업장려수당 180만 원은 빼겠다고 했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등록된 중소기업이어서 믿고 취업했는데 사기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또 일부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지원자는 아예 입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취업자는 “면접까지 통과했지만 정부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며칠 뒤 입사 취소 통보가 왔다”고 털어놨다. 정부 관계자는 “워크넷에 등록된 중소기업의 허위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세세히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력 보강을 통해 구인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취업자 관리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출처 : http://news.nate.com/view/20110614n01588